전우연



도깨비불, 싱글채널, 1분 30초(loop), 사운드 없음, 2017

'고독한 걸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'고보'展(2017) 작품 중 하나였던 'Ignis Fatuus'(도깨비 불)는 같은 이름의 무대 조명장치 고보(Graphical optical blackout)에서 영감을 받은 작업이다. 무대에서 사물은 고보의 조명에 의해 그 윤곽이 드러나기도 하고 사라지게 하기도 하며, 또는 형태를 바꾸기도 한다. 그 과정 속에서 나 (혹은 무언가) 는 수많은 ‘나(혹은 다른 무언가)’로 드러나고 변하고 사라짐을 반복한다.
작품 ‘Ignis Fatuus’ (도깨비불) 에서 두 명의 무용수들이 이마에 조명을 달고 자신의 한쪽 손끝을 응시하며 계속해서 회전한다. 타인의 조명에 의해 자신이 드러나고 왜곡되며 사라지기를 반복한다.
이 작업은 끝이 보이지 않고 텅 빈 듯 한 세계를 사는 우리가 어느 끝 점을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되었다. 반복 운동 속에서 빛을 쫒는 것인지, 아니면 ‘어떠한’ 곳을 따라 빛을 비추는 것인지 구분이 모호한 상황은 마치 인식과 오인 사이에서 저마다의 Ignis Fatuus(도깨비불)을 쫒고 있는 듯 한 우리의 모습을 반영한다.
순수예술과 무대미술을 전공한 전우연의 작업은 무대와 객석 사이의 보이지 않는 ‘4번째 벽’ 을 허무는 시도에서 시작하였다. 공간과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들-이미지, 텍스트, 소리, 빛, 움직임 등-간의 상호관계들, 그리고 더 나아가 다양한 관계들이 공존함으로써 발생하는 간섭과 충돌, 우연적 효과들을 다층적 매체로 드러낸다. 특히 공간 안에서 감상하는 자의 위치와 역할, 그가 또 다른 관객, 그리고 공간의 다른 요소들과의 관계성에 대한 작가의 고찰을 담고 있다. 작가는 명확한 결과보다는 그 과정에 집중하며, 이는 우리 사회에 만연하는 모든 것을 명확히 구분 지으려 하는 이분법적 사고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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